님. 대통령이 지난밤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어요. 놀라신 분들을 위해 미리 말씀드리면, 대통령은 선포 약 6시간 만에 다시 비상계엄을 해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긴박한 하룻밤이었죠.

어젯밤 국회
'군대 출현'부터 계엄해제 결의까지

님. 사진은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하는 장면입니다. 

군대가 국회로 들어가려 했던 의도는 명백합니다. 비상계엄 해제 권한은 대통령 본인을 제외하면, 국회에만 있기 때문이에요.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이에 따라야 하는데요. 응하지 않으면 탄핵 사유가 됩니다. 대통령이 결국 계엄을 해제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겠죠. 

님. 계엄령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명령입니다. 어젯밤 대통령의 비상계엄, 법적인 요건은 갖춘 것일까요? 하나하나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계엄 선포 요건을 보시죠. 헌법 제77조는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선포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먼저 대통령 담화문을 보면, '야당의 입법 독재'를 계엄 선포 주된 사유로 들고 있습니다. 야당을 '범죄자', '반국가세력'으로 치부하고 있죠. 선거를 거쳐 국민을 대의하는 국회의원 정치 활동을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하기는 어려워보입니다.

특히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행위는 내란죄 적용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계엄 선포는 대한민국 건립 이래 17번째입니다. 그중 비상계엄은 13차례밖에 안되구요. 최근 선포된 계엄선포 사례 다섯 개만 거슬러 살펴볼까요?

가장 가까운 사례는 무려 45년 전입니다.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숨졌을 당시인데요. 10.26 사태라고도 부르죠. 당시 최규하 대통령 권한대행이 곧바로 계엄령을 선포했습니다. 이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군사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게 죠.

같은 해 부마민주항쟁이 일어났을 때도 계엄령이 선포됐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이죠. 위 사진은 부산 시내에 진입하는 계엄군의 모습입니다. 1972년 계엄은 박 전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선포한 시점이었고, 1961년 계엄은 5.16 군사정변을 계기로 선포됐습니다.

헌법에는 전시-사변 혹은 국가비상사태에 선포할 수 있다고 돼 있지만, 대부분 독재정권의 권력 장악 혹은 국민 탄압에 활용됐다는 점을 알 수 있죠. 이번 계엄 선포 목적도 이와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활자가 피로한 당신에게  

계엄령 선포 직후 국회 앞 풍경  

안녕하세요 뉴스레터 편집자 이창우 기자입니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뉴스레터를 다시 썼습니다. 본래 명태균 씨가 기소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리려 했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모든 언론-출판이 계엄사 통제를 받는다는 포고령을 보고, 황당하면서도 순간 마음이 철렁했습니다. 이전 세대들처럼 고생 좀 하겠구나 하구요

하지만, 곧 대통령 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이 드러났죠.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습니다. 덕분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도 보게 됩니다. 

대통령은 약 6시간 만에 국회 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했죠. 새벽이라 국무회의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다며, '곧 해제하겠다'는 궁색한 모습도 보여줬습니다.